송숙남교수

송숙남 Art & Design

Professor

작품평론

광주대 김혁종 총장 서거 1주년 추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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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ooknam
댓글 0건 조회 47회 작성일 23-06-2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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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혁종 총장님을 향한 1주기 추모,

또 다른 만남의 장을 향하여


송숙남교수의 제15회전은 작가로서의 예술적 성과와 예술대학 교수로서 미술교육의 지표를 펼쳐 보여 온 지금까지의 전시와 궤를 달리한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6월 10일 누적된 과로로 졸지에 타계한 부군 고 김혁종 광주대학교 총장님을 추모하는 자리이다. 진혼의 의례를 올리고, 생전의 김총장님과 함께 했던 분들과 기억을

공유하며 그간의 후의에 감사의 예를 드리고자 준비된 것이다. 전시는 대학 내 호심미술관에 이어 광주시내 양림동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개최된다.


출품작은 회화와 주얼리, 사진 40여점이다. 그리고 40년을 가정과 학교에서 동반하며 보필했던 부군과 사별 후, 부군을 향한 통절한 그리움과 생전에 다하지 못한

아내로서의 회환을 써내려간 글들이 함께 소개된다


한 해 동안 오롯이 가신님과의 기억과 애모의 감정을 선과 점, 빛깔로 새겨 넣은 신작(新作). 그리고 구작(舊作) 중 두 사람의 추억이 깃든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품으로 구성된 신작에서는 그간 작가가 성취했던, 재치 넘친 필 선의 자유롭고 역동적인 포름이나 경쾌한 생명의 리듬감, 점, 선, 다색의 폴리포니가 

이루어내었던 미학적 성과가 흔들리고 있다. 무심하게 화면을 흘러내리는 드리핑 자국과 낙서기법이 어우러진 카오스의 세계가 인위적 창작 의지마저 흐트러뜨리고 지워

내기라도 하려는 듯 허허하다. 필시 뜻밖의 사별로 인한 충격과 상실감 속에서 방황한 흔적 들임에 틀 림 없을 터이다. 다만 예술이 갖는 역설적인 치유력이랄까?

삶과 예술이 지닌 얄궂은 양의성(ambivalence) 이랄까? 그 방황의 여정은, 2019년 제12회 개인전에서 과시한 작가데뷔 30여년 만에 성취한 고유한 전형의 경지에서

머뭇거리며 자기 반복을 시작할 위기에서 벗어나, 다음 장으로 나아갈 출구의 징후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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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유독 한 점의 출품작이 눈길을 끈다. ‘my wife’ 라는 제명과 함께 완성작임을 확인하듯 ‘82.8.26’ 의 일자와 

Hyuk Jong Kim이란 서명이 기입된 작품이다. 단발머리의 여성을 프리미티브하게 그린 파스텔화인데, 인물의 특징인 콧방울을 그리는데 심혈을 기울이다 

실패한 듯, 코 부분 만 뭉개져 있다. 그래서인지 초상의 우측 상단에 유독 콧방울만 강조한 코의 세부와 좌측단 중앙에 핑크빛 입술을 생물도감의 세부도처럼 그려 넣고 있다.

이 색다른 천진난만한 그림은 다름 아닌 김총장님이 그린 아내 송교수의 초상화이다. 순박하고 애틋한 부부애의 표상이라 할 이 작품에 장기간 유학으로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헤어져 그리워하던 시절의 김총장님 편지글이 첨부되어 있다. 필시추모전의 숙연한 분위기를 깨뜨리고 관객을웃음짓게 할 에피소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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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군의 <my wife>에 대하여, 40년 만의 화답이랄까? 이번에는 송교수가 김총장님 초상의 캐리커처를 그리고 있다. 님과의 사별 후, 생전에

다하지 못한 부부애의 회한을 가득안고. 가신님을 작가의 가슴에 눈에 새겨 넣기라도 하려는 듯

갈필의 붓에 힘을 주어 가장 간략한 생략법으로 그리고(draw) <소(笑)>(2022)란 제명을붙였다.



얼굴의 윤곽이나 세부는 생략되어 있다. 그야말로 선묘의 바리에이션만 갖고 대상의 인상적 특징, 피부감, 재질감 게다가 살아있는 생명의 호흡까지 불어넣어 한 폭의

초상을 완성했다. 조금은 휘어진 양 눈썹과 곧고 힘차게 내리그은 긴 콧대, 콧대위에 걸쳐진 투명한 안경테, 두 개의 안경 알 안쪽에서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 표정의 검은 눈동자. 양 콧방울에서 시작하는 좌우 비대칭의 길고 짧은 팔자 주름, 그리고 조금 경사진 입술.


송숙남 작가의 뎃상력과 순간순간의 감정을 실어 생동감 넘치는 작품세계를 표현해내는 기량은 본래 거의 천부적인 것이지만, 40년을 함께 동반한, 그리고 꿈속에서

독수리를 부드럽게 품듯이 그렇게 단 한 번의 포옹이라도 허락해주길 바랬던 그 간절함이 가신님의 초상에 생명감과 리얼리티를 불어넣어 부활시켰다. 일찌기

새신랑이던 고 김혁종총장님은 검은 파스텔로 어린아이가 처음 긋기 연습을 하듯 서툴게 몇 번이고 고쳐 그리며, 그것도 인물의 특징 되는 부분은 세부도까지 

첨부하며 아내의 초상을 완성하고 아래와 같은 사랑의 고백과 당부의 편지를 보냈는데...


숙남!


비록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항상 그대 곁에 있고

틈만 나면 그대 곁에 가고 싶으니.....



당신 얼굴을 그린다고

조금 그려봤는데

너무 예쁘게 그려져서(?)

당신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내 비록 그림에 문외한이라 해도,

우리 숙남의 얼굴 만은

세상에서 제일 잘 그릴 자신이 있는데.....



이 그림은 그대로가 좋으니

나중에라도

다시 그린다거나

손질 하지 말기를.


내 마음이 담겨 있고

나의 절실한 사랑이

담겨져 있으니.”


다행히 송교수는 그의 당부대로 원본 그대로 보관한 덕분에 문외한의 서툼 속에 깃든 진정성의 호소력과 프로 작가의 기량이 보여주는 그림의 묘미와 생동성을

함께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관객은 어느 쪽이 더 어떻게 의미가 있는지를 견주어 보는 것도 이 두 작품 사이의 묘미일 것이다


그리고 김혁종총장님 생전의 활동상을 보여주는 사진이 전시된다. 지금 . 여기에, 광주대학교와 한 몸이 되어 “글로컬 창의 인재 교육과 지역발전을 선도하는 명문대학”

이란 운영과제를 상정하고 전 생애를 살랐던 고 김혁종 총장님을 초대하는 공간이다. 생전의 김총장님과 함께 했던 광주대학교 학생들, 교수님들과 교직원, 

광주대학의 성장발전에 직간접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던 분들과 미래의 도약을 꿈꾸며 열정을 살랐던 ‘우리’의 자취들, 함께 다짐했던 각오와 미래 비전의 기억을 소환

하여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대화와 만남을 위해 준비한 것이다. 아울러 이 전시는 광주대학교 발전을 통한 지역사회의 변화를 기대하며 그간 김혁종총장님을 성원

해주셨던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인사와 광주대학교의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의 바램을 담고 있다.



김영순(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