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숙남교수
송숙남 Art & Design
송숙남 Art & Design
‘보이는 리듬’ , 역동적포름(1) (Formes)과 영원을 향한 빛깔의 폴리포니:
송숙남의 <회화와 아트주얼리>의 세계
김영순(2)
안내
이 글을 읽기 전에, “먼저 송숙남 작가의 작품과 만나, 그 작품 속을 충분히 산보하며 관조하고 작가가 제작과정에서 느꼈을
감정과 사유의 흐름을 공유할 것을 권유한다.”
왜냐하면 그녀의 작품들은 그 자체로서 현대미술이 상실한, “회화의 감각”, 그림그리는 일의 근원과 거기에 이르는 과정에서의 순진무구한 미적 감정을 일깨워줄 것이기 때문이다. “무한 가능한 꽃다발 같은 색, 끝없이 나열된 간결한 점, 고정된 외양 형태에서 비롯된 딱딱함을 휘젓는 묘한 리듬들”로 이루어낸 송숙남의 작품은 쉴러(Friedrich von Schiller)가 “분절되고 편협하여
병들 수밖에 없는 현대인을 구원할 치유의 가능성”으로 적시한 순수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욕망, 즉 ‘놀이충동’의 가치를 확인해줄 것이다. 나아가 진솔한 개인적 자아와의 대면과 인격수양을 지향하며 추구했던 문인화가들의 탈속에의 의지와 순진무구한 여기(餘技)정신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야 말로 인간의 몸 위 공간에서 누군가의 영혼을 행복으로 채워줄 미래를
기대하며 브로치를 제작해온 송숙남작가의 타자에의 배려와 환대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일이 될 터이다.
목차
1. 제12회 송숙남 개인전의 의미
2. 회화에서의 <역동적 포름과 영원을 향한 빛깔의 파노라마>
3. 아트주얼리에서 역동적 포름(Dynamic Formes), 그 생명의 리듬
4. 전망, <리듬> -타자와의 공감과 환대
1. 제12회 송숙남 개인전의 의미:
역동적 포름(Dynamic Formes), ‘리듬’의 의미
2019년 결실의 계절 10월, 화가이며 아트주얼리 작가 송숙남교수의(3) 제12회 개인전이 개최된다. 전시에는 1989년부터 2019년까지 30년여에 걸쳐 제작된, 판화와 드로잉, 복합재료로 제작된 ‘회화’, 그리고 천연보석과 18K gold를 소재로 제작된 ‘아트주얼리’ 130 여점이 출품된다. 이 출품작들은 사실상 작가의 예술가적 생애의 전모를 펼쳐 보여줄 것이다. 횡적으로는 순수회화와 실용적인 장식예술이라는 서로 다른 장르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종적으로는 데뷔 당초 표현주의적 이미지회화에서 출발하여 최근의 유기적 기호의 순수추상으로 정제되기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총체적 양식의 변화를 망라하고 있다.
전시의 전체적 면모는 <역동적 포름과 영원을 향하는 빛깔의 파노라마>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중에도 전시의 백미는,
화려하면서 다소곳하고, 호방한듯하며 절제된 <역동적 형태의 리듬>이 살아있는 2010년대 이후의 회화작품과 2015년 이후의 아트주얼리이다. 그것은 학부 시절부터 남다른 필력과 색채감각을 발현했던 작가가 미국 유학에서 귀국한 1991년 개인전
개최후, 3년 마다 개인전을 개최하며 20년간 실험과 모색을 해온 성과이다. 특히 판화라는 마이너 장르와 광주지역에 정착한
작업 조건은 “허공에 맴도는 고독한 바람” 속에서 스스로 외로움을 달래며 치열한 자기혁신을 요구한 것이었으리라.
2008년 제8회 개인전은 대전환을 이룬다. 일상의 시적 정서를 표현주의적으로 발표해왔던 전반기의 작업이 기억의 페이지로 넘어간다. 당시 작가는 “깊숙한 곳에 칡넝쿨처럼 질기게 서로 옭아맨 허영과 욕망 그러면서도 맑은 영혼에 대한 갈구는 무슨
뜻 일까? 수평선 같은 고요를 그리워하며 결코 닿을 수 없는 먼 곳만을 꿈꾸는 것일까? 영혼은 멀고 먼 의지의 근원에서 긴
세월을 거쳐 밝은 빛을 띠며 어렵게 다가섰다.”며 불투명한 미래에 불안을 토로하고 있다. 그러나 돌아보면 이 전시는 송숙남의 미래를 예고하는 신호탄이 되었다. 왜냐하면, 첫째, 물질의 색채를 정신의 빛으로 발현할 수 있는 단초와 운필의 선묘가 형태에 생명을 부여하는 <리듬의 가시화>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다색의 색면추상회화를 선보인 것이다. 둘째, 다른 하나는 매스를 갖고 있는 구조물과 유연하게 소용돌이치며 공간을 창출하는 금속 세선(細線)의 유기적 포름의 입체가 발표된 것이다. 이미 대학에서 주얼리디자인 수업을 맡으며 연구에 매진한지 5년이 경과한 시점이었다. 형태의 핵을 이루며 천연의 빛을 반사하는 보석과 곡선 구조의 세선(細線)의 유기적 조합을 이룬 다수의 주얼리 작품이 의욕적으로 발표되었다. 이번 출품작의 특징으로 진단한 <역동적 포름과 생명의 리듬>의 발아였다.
오늘의 주얼리 작품에 비교하면 세선의 곡선 구조가 경직되어 있고, 조형의 핵이 되는 보석이 조형성보다 ‘보석으로서의 정체성을 주장’하는 단계이지만, 송숙남의 예술적 생애에 청신호등을 밝힌 것임에 틀림없다. 당시, 작가를 옭아매고 있던 “물질과 영혼, 현실과 이상, 직관적 감정과 이성적 논리 사이의 팽팽한 갈등의 긴장”은 2010년 즈음연륜과 함께 “새로운 인식과 상황을 스스럼 없이 삶과 작업에서”해소하고 마침내 송숙남 고유의 <역동하는 포름>은 전형(type)에 도달한다. 활기찬 운필과 명랑하면서도 침착한(chic)색조가 만들어 내는 역동적이면서 섬세해진 포름의 회화, 그리고 역동적이되 절제된 <리드미칼한 포름>의 아트 주얼리가 성형된 것이다. 이후 회화와 주얼리디자인 사이를 진동(振動)하며 장르간 차이를 새로운 창작의 촉매로 삼아 변주를 거듭하며 세련화단계로 진화한다. 여기에 이르러 회화는 두 갈래로 분지한다. 즉, 2008년에 구체화된 색면추상(<영광>연작과 <빛>)의 심화 발전된 후기 색면추상(<새로운 계절>(2019)의 흐름과 다른 하나는 아트주얼리에서 성취한 <역동적 포름>이 새로운 유기적 추상표현주의(2019년<Celebration Party>연작, <April cantabile 연작>)로 활로를 열기 시작했다.
2019년 흰물결갤러리 전시는 색채평면의 경향과 유기적 추상표현주의라는 두 스타일의 평면회화, 그리고 아트주얼리 사이를 관통하는 송숙남의 <역동적 포름과 빛의 생동하는 리듬>형성과 발전과정을 파노라마로 제시할 것이다. 그리고 이들 사이를 관통하는 저류(低流)의 ‘리듬(4)’을 공감하게 될 것이다.
2. 회화에서의 <역동적 포름과 영원을 향한 빛깔의 파노라마>
보이는 리듬 -색면추상
섬세한 감정을 품은 다양한 표정의 운필과 다색의 변채효과 로 이루어 낸 색면추상회화(<새로운 계절>2019), 그리고 3차원 입체(브로치)에서 성취한 역동적 생명의 유기적 포름을 호방한 추상회화로 풀어헤쳐놓은 작품(<Celebration Party>2019년 연작)은 송숙남 양식 절정기의 면모를 과시한다.
보이는 리듬 -유기적 선묘추상
송숙남작품이 양식적으로 절대균형과 절제된 <역동적 포름과 영원을 향한 빛깔>의 전형에 도달한 것은 회화에서 보다도 3차원 입체의 아트주얼리(<Red hat 2015년> <wild flower IV 2015년>)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반짝이는 18K gold의 곡선구조와 작지만 차분히 가라앉아 천연의 빛을 반사하는 보석의 조합은 각 보석이 전통적으로 담보하고 있는 상징성(루비는 권력의 상징과 실제의 강장제 작용/ 토르말린은 영성을 맑게하고 성스런 빛을 가져다 준다./시트린은 행운과 희망이란 상징과 함께 내분비선부진개선, 즉 힐링과 행운의 보석 등) 까지 활용한다면 무한히 확장되어 갈 수 있는 소스(6)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특히 유모러스하고 감각적 표현의 비법을 다양하게 체득하고 있는 송숙남의 경우 그 가능성은 배가 될 것이다.그렇다면, 역동적 포름의 유기적 추상회화( <Celebration Party>2019) 속으로 들어가보자. 아트주얼리 작품이 금속과 보석이라는 매재의 속성상 <역동적 포름>의 정형화를 이루었다면, 회화에서는 인위적 작의(作意)에서 해방된 자유로운 유기적 추상으로 역동하고 있다. 그것은 브로치라는 주얼리작품의 특성상 실용성을 고려하지 않고 순수하게 자발적 발상과 내적인 감정을 거침없이 발현할 수 있는 순수회화의 속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화면은 전체적으로 비스듬한 사선 구도와 나선형 곡선이 윤무를 펼친다. 거친 숨결의 촉감을 지닌 긴 터치가 왼쪽 하단에서 중앙을 향해 비스듬히 서있고 그 위에 가운데가 뚫린 푸른 원판이 위치해 하나의 형상적 이미지를 연출한다. 기본적으로 운필은 작가의 호흡과 신체의 리듬, 그리는 속도의 완급, 순간적 힘의 강약을 싣고 살아 움직인다. 붓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기호적 형상들. 선과 형의 집합과 흩어짐이 변화와 이야기를 만든다. 화면 중앙의 작은 원형의 형상들에 연두와 핑크 색이 칠해져 꽃을 피운 듯하다. 그옆에는 코발트 블루의 붓터치 위에 짙은 갈색의 비슷한 크기의 붓터치가 비스듬히 겹쳐져 두께를 만들고 같은 갈색의 작은 동그란 점 두 개가 사선방향으로 연속한다. 반복된 작은 점이 화면에 리듬을 만든다. 왼쪽 상단에서 시작된 나선구조의 곡선 끝에는 반점을 찍어넣은 둥근 형이 있다. 보석을 물고 있는 금속선의 브로우치 처럼.운필과 여백(餘白)이 기운생동의 주역이고 장난기 어린 필치와 우연의 효과가 해학성을 더해 표현의 자유와 유희의 즐거움까지 제공한다. 그러나 이 자유분방한 추상표현주의 회화 속에서 주얼리 작품의 포름, 그 원형들이 모습을 드러내 유의해볼 필요가 있다. 또 다른 신작 <April Cantabile, 2019년 연작>을 보면 유기적 추상회화의 진면모를 좀 더 깊게 음미할 수 있다. 알미늄판 위에 자유롭게 휘그은 선들의 윤무. 이중색조를 드러내는 물감의 중첩이 촉감적 볼륨감까지 동반하며 회화의 묘미를 극대화해준다.
이는 물감이 젖은 상태에서 다음 색의 물감을 덧칠할 때 부분적으로 한 몸을 이루면서도 각기 다른 색을 내는 운필과 혼색효과이다. 회화의 묘미는 이어진다. 연이어 빠르게 소용돌이치며 휘감겨 올라간 곡선, 그리고 역동적인 변주를 자아내는 크고 작은 원형의 포름들. 청색의 주조에 빛의 효과를 발하는 핑크색, 자주색, 노란색의 짧은 터치. 리드미컬하게 반복되는 점들. 작품에 부친 칸타빌레라는 타이틀이 없더라도, 음악회의 연주를 듣는 것 같은 청각적 일루전을 불러일으킨다. 음악적 <리듬>이 보인다. 여기에서 재치에 넘친 필선의 움직임은 시간을 공간화하고, 크고 작은 색면이 겹치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하면서 공간의 시간화를 실현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생동감은 작가가 일체의 작의(作意)에 얽매이지 않고 내면에서 분출되어나오는 표현의지를 그대로 전사하고 있는 점이다. 거침없이 ‘회화’ - 그리는 일의 본질과, 그 자체의 생명성에 관객이 공명하도록 작품 속으로 유인하고 있다. 그것이야 말로 동서미술문화의 전통을 아우르며 예술철학자들과 비평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예술의 종말론과 회화의 애도를 올려야 했던 미술자체가 철학적 담론이 되어버린 지점에서 다시 회화의 고유한 숨결을 소생시키고 있는 것이 아닐까?
3. 아트주얼리에서 ‘보이는 리듬’
<역동적 포름>의 초기: 원형(原形)의 출현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인 아트주얼리작품의 차례가 되었다. 작품에 접근하기 전에, 송숙남의 아트주얼리로의 장르 확장과 양식 발전이, 광주대학 패션주얼리학(7)과와 동반관계에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그녀의 <역동적 포름>의 성과와 그 파장을 전망해 본다. 순수미술 ‘회화’를 전공한 송숙남이 ‘아트 주얼리’, 다시 말하여 실용미술로 영역을 확장한 직접 계기는 광주대학의 주얼리디자인 전공설치에 관련된다. 송숙남 작품양식의 발아와, 그 전형의 성취, 세련화 과정이 학과의 발전과정과 동시 행보를 보이고 있음은 매우 의미있다 . 그런 점에서도 이번 전시의 성과가 송숙남 개인이 아니라, 광주대학 패션주얼리학과 교수와 제자들이 공유할 결실이고, 송숙남의 후기양식전개의 동력이 되고, 나아가 학교와 사회, 아트주얼리 산업분야의 또 다른 벡터로 작동할 것을 기대한다.그렇다면 순수예술전공의 송숙남이 아트주얼리로 장르를 확장하고, 광주대학이 주얼리디자인과를 신설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그 시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0년을 전후해 새로운 밀레니엄을 준비하는 지구촌의 최대 이슈는 “경계 해체와 융복합”이라는키워드로 압축된다.
1980년대 후반부터 지배적이던 포스트모던 문화담론과 베를린 장벽해체를 계기로 새로운 가치관으로 대두된 문화의 다원론과, 학문과 예술에서 분과들 사이의 학제 간 연구와 장르 간 융복합이 추진되었다. 메이저아트와 마이너 아트, 하이아트와 로우아트 사이의 차별화가 의미를 상실(9)해갔다. 바로 그 시대적 요구에 부응한 것이다. 이 변화에 대한 순응은 “예술이란 개인적이고, 세속적 일체에서 벗어나 예술 그 자체를 지향”하던 송숙남의 작품이, 동시대성을 획득할 요인이 되었고, 광주대학으로서도 시의적절하게 4차산업시대의 혁신프로젝트에 착수한 것이었다고 조심스레 진단해본다. 새로운 실험을 시작하고 불과 4년여 만에 송숙남이 초기양식의 성과를 보여준 2008년은, 광주대학의 혁신역량강화사업(Nuri)이 선정된 해이다. 이 점은, 그녀가 개인작업만이 아니라 신설 아트주얼리전공학과에, 동료교수들과 학생들이 더불어 기울였을 열정과 노력의 정도를 가늠케 한다. 아트주얼리(Art Jewelry)의 다른 명칭이 스튜디오 주얼리(studio jewelry)이며, 새로운 모드와 미학의 창출에 있어서, 단계별 전문성과 숙련된 테크닉의 공동협력하에 추진한 스튜디오크라프트운동의 파생물(Kelly L’Ecuyer)이라는 관점(10)에서 볼 때, 이 학과가 새로운 아트주얼리운동의 플랫폼이 될 것을 기대해본다.
이제 작가의 작품세계로 돌아가자. 송숙남의 아트주얼리는 보석과 귀금속을 소재로 하는, 이른바 파인주얼리(fine jewelry)적 요소를 견지하고 있다. 게다가 2008년 제8회 개인전의 초기양식에서는 파인주얼리에 대한 부정적 비판(11) 재화적 가치가 높아서, 부와 권력 신분과시라는 사회적으로 부정적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온전히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그의 모색이 보석의 정체성을 예술성의 획득으로 넘어선 순간 조형언어(12)로 변신함으로써 2010년대에는 비판을 극복할 여지를 확보한다. 지난 40여 년간 ‘영원을 향한 순수의 빛’의 시각화를 위한 색채실험, 생동하는 리듬을 구현하기 위해 연마한 다이나믹한 선묘의 포름이 실재를 획득한다. 2차원평면화가 시각적 일루전의 한계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것은 회화의 숙명이다. 금속이 역동하는 유기적 포름을 실재하게하고, 천연보석의 고유한 색과 광채가 회화에서 탐색해온 빛의 실재를 제시한다. 그런 점에서 송숙남의 아트주얼리는 모더니즘미학이 과제로 상정했던 ‘일루전’과 ‘실재’사이의 관계규명을 가시화했다고 하겠다. 2015년 양식적 절정기에 달한 작품은 보석의 부정적인 정체성(13)을 표백시키고, 전체적 포름과 빛의 생명성을 위한 최소한의 조형요소로 환원된다. 작가는 보석의 종류와 광채를 내기위한 커팅의 선택에서도 욕망을 절제한다.
초기양식-작품<빛>(2007)의 경우, 조개껍질 속 진주의 형태를 그대로 조형요소로 활용하였다. 전체적으로 한 마리의 나비인데, 진주를 품은 조개가 왼쪽 날개로 상정되고, 오른 쪽 날개부분은 18k gold의 가는 선으로 날개모양을 굴렸다. 눈길을 끄는 것은 실공간과 허공간의 대비다. <실공간-매스(mass)과 허공간-세선(細線)>의 배치는 이후 <역동적 포름>의 기본구조를 이룬다. 선으로 나비의 왼쪽 날개부분을 빈 공간으로 만들어 내고, 오른쪽 진주를 품고 있는 조개의 테두리를 선으로 굴림으로써 한 마리의 나비형상이 완성된다. 조개 쪽에는 작은 오렌지색사파이어(orange sapphire)를 빈 호 안쪽에 같은 크기의 백색 진주를 나란히 한 쌍으로 붙여 나비의 눈이 되었다. 이 시기의 포름은 유연하고 역동적인 선미(線美)를 발현하기보다 구체적 이미지를 조형화하고 보석은 장식성에 기여하고 있다. 소재에 대한 감정이입은 산호를 향해서도 이어진다. 보석의 비극적 운명에 대한 연민을 끌어안고 작품제작의 의지를 다짐하고 있다. <영광>(2008) “산호- “바다 밑 깊은 곳에 사는 동물산호, 태어나면서 움직일 수도 없고, 그 자리를 떠날 수도 없다. 총명한 그는 화려한 색으로 눈부신 꽃처럼 피어 깊은 슬픔을 감추려는 듯하다”라며. 우리가 주목해보아야 할 것은이 시기의 매스와 곡선의 만남이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가이다. 나무처럼 산호를 세우고 금빛 금속선으로 산호의 몸을 휘감고 올라간다. 산호의 윗부분을 휘감고 지나는 선에 물린 작은 루비가 산호에 꽃을 피웠다. 곡선은 아직 역동하는 생명의 포름이라기 보다 주얼리디자인을 위한 인위적 작의(作意)를 여실히 드러낸다. 송숙남의 주얼리디자인과 <역동적 포름>의 발아기다. <역동적 포름>의 초기 작품 중 필자가 가장 주목하는 작품은 은(sterling silver)소재의 주전자와 은사(銀絲)가 만들어 낸 오브제 <Baroque Vase,2006>연작이다. 역시 제8회 개인전 출품작인데, 매스와 부피를 갖고 있는 매끄러운 표면의 오브제(물주전자)와 그것을 감싸고 공기 속으로 곡선을 그리며 확장되어 존재의 여운을 남긴다. 마치 주전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은사로 풀어내고 있는 듯, 정물이되 작은 풍경이 되어 시(詩)적 상상력을 불러낸다. 음악적이고 시적으로 조형화한 작품이다. 주목할 것은 커다란 면을 가진 둥근 주전자와 배경이 되는 외부세계로 연결하며 허공간의 긴밀한 유기적 관계를 만들고 있는 가는 은색선이다. 실재와 허공간을 매개해주는 가는 선(線)의 관계항. 이것이 2015년의 작품에서 정제된 양식으로 클래식한 송숙남의 전형을 이루고, 2016년 작품에서 보다 생략되어 기호화되며 섬세한 형태로 세련된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송숙남의 <역동적 포름>의 원형이며, 나아가 현재의 작품에서 더욱 풍부한 예술성을 확보해갈 요소까지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필자는 주목하였다.
<역동적 포름>의 전형(Type) 성취
이제 송숙남 작품세계의 절정이며, 이번 전시의 대표작으로 접근해보자.
2010~2015년은 송숙남의 <역동적 포름>이 양식적 <전형>을 완성하는 시기이다. 이것은 유기적 추상회화의 원형이 되며, 회화와 아트주얼리 사이의 이원적 세계의 간극을 초월하여 상생효과(순수- 정신주의 vs실용・장식-산업화)를 발현한다.